음악< 그게 나야 > (김동률의 "동행" 앨범 중에서... )
글_강세형
나레이션_김동률
몇 번인가 너는,
나를 부르려다 멈칫했던 것 같다.
그때는 나도, 그 이유를 몰랐다.
몇 번인가 너는,
편지를 써달라는 내게, 어렵다, 했던 것 같다.
편지가 너무 어렵다고...
몇 번인가 너는,
갑자기 찾아 온 나를 반기는 듯하면서도
혼자이고 싶어 했던 것 같다.
그때는 나도, 그 이유를 몰랐다.
너와의 시절이, 지났다.
몇 번인가, 다른 사람을 만났다.
몇 번이나,
그녀의 이름을 부르려다 멈칫하는 나를 발견했다.
무심코 너의 이름이 튀어나올까, 멈칫하는 나를.
몇 번이나,
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.
어려웠다.
하얀 종이 앞에는 이미,
수많은 나의 말들이 가득했다.
너를 향해 내뱉었던.
몇번이나,
다른 사람을 만났다.
그리고 몇 번이나,
나는 다시 혼자가 되고 싶어 했다.
어떤 영화에 이런 남자가 등장한다.
깊었던 사랑이 끝났다. 다른 사람도 만났다.
하지만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.
난 앞으로 내가 느낄 감정을
벌써 다 경험해 버린 게 아닐까.
그리고 여기서부터는, 앞으로는 쭉,
내가 정말로 느겼던 그 감정에서
좀 축소된 감정들만 느끼며
그렇게, 새로운 감정은 하나도 없게 되느 건 아닐까.
어쩌면 너 또한,
영화 속 그처럼 살았던 걸지도 모르겠다.
너는,
나와 함께 있는 동안에도,
아직, 그 시절을 살았다.
너의, 그 시절을...
그리고 나는 또,
나의 그 시절을 산다.
아직도, 너와 함께했던, 나의 그 시절을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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