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은 /글

나는 젖은 나무, 박노해

DDDS 2016. 12. 28. 23:58

나는 젖은 나무, 박노해


 난 왜 이리 재능이 없을까

난 왜 이리 더디고 안 될까



날마다 안간힘을 써도

잘 타오르지 않고 연기만 나는

나는 젖은 나무



젖은 나무는

늦게 불붙지만

오래오래 끝까지 타서

귀한 숯을 남겨준다고 했지


 

그래 사랑에 무슨 경쟁이 있냐고

진실에 무슨 빠르고 더딘 게 있냐고

앞서가고 잘 나가는 이를

부러워 말라 했지


 

젖은 나무는 센 불길로 태워야 하듯

오로지 마음을 하나로 모아

용맹스레 정진할 뿐

젖은 나무인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

긴 호흡으로 치열하게 타오를 뿐